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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2B SaaS를 7년째 짝사랑하는 이유(2)

2025-02-19

7년째 B2B SaaS 사업을 짝사랑하는 이유 1편에 이어 남은 이유 몇 가지를 더 정리해본다(지난 글 바로가기).

5. 도전해 볼만한(?) 해외진출

2024년 기준 우리 회사의 해외 매출 비중은 65%다. 국내에서 잘해서 해외로 간 게 아니다. 그냥 첫 고객이 중남미에 있었다. 중남미에서 시작할 생각도 없었다. 딱 한 가지 문제만 풀 수 있는 MVP를 만들었다(그나마 대부분은 PDF 청사진으로만). 살아야 했기에 MVP로 여기저기 어떻게든 팔아보려 했다. 그때 겨우 인연이 닿은 곳이 (가본 적도 없는) 중남미였다.

SaaS는 다른 사업모델에 비해 해외 시도(!) 비용이 적다. 아무것도 없던 스타트업이 가본 적도 없는 나라에서 도전은 해볼 수 있을 만큼. 물론 성공은 어렵다. 하지만 시도는 상대적으로 싸다.

물론 노동법 등 현지 법률과 밀접한 SaaS는 얘기가 다르다. 하지만 오프라인 사업이나 이커머스, 플랫폼 사업에 비하면 SaaS 해외 진출은 스타트업에게 상대적으로 해볼 만하다. 반대로 글로벌 SaaS 기업들도 상대적으로 손쉽게 한국에 들어와 경쟁하는 중이다(이것들아, 벼룩의 간을...).

나스닥 상장한 SaaS, 먼데이닷컴이 한국 지하철에 광고로 도배할 줄이야 (출처: 먼데이닷컴 블로그)

어느 사업이건 해외 진출은 필수가 아니다. 신경 쓸 부분도 많다. 실수도, 예상 못 한 비용도 잦다. 당연히 성공 가능성은 국내가 더 높다. 대부분 국내부터 시작하는 게 맞다. 우리도 성장만 놓고 보면 지금도 해외에서 시작한 것이 후회된다. 국내에서 했으면 훨씬 빠른 시장 검증이 가능했고, 브랜딩 차원에서도 유리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해외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20대 후반에야 처음 비행기를 타볼 수 있는 환경이었지만) 어려서부터 막연하게 해외에서 무언가 해보고 싶었다. 첫 취업도 해외로 했고, 창업 전 11년간 4개 국가에서 직장 생활을 했다. 세계 여행을 포함해 80개 넘는 나라를 여행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죽기 전에 다 가볼 생각이다). 그러니 창업할 때도 해외 진출이 빠른 아이템을 찾았다. 개인 취향이고 사심이다. 근데 뭐, 창업 자체가 사심 아니던가🙂

출장 중 어릴적 로망이던 프로레스링 직관으로 사심 채움(멕시코시티)

AI 덕에 번역도 쉬워졌다. 구글 덕에 소소한 금액으로 광고도 해봄 직하다(당연히 쉽게 사주진 않지만, 반응은 볼 수 있다). 링크드인 DM도 보내본다. 답변은 1% 수준이다. 온라인 미팅하다 가능성 있는 고객이 모이면 비행기를 탄다(온라인 시대지만 얼굴을 맞대는 전략은 늘 유효하다). 처음 컨택부터 계약까지, 가능성은 엄청 낮다. 그래도 그렇게 몇 년 버텨가며 작게라도 매출도 만들고 이를 쌓아가 영업이익도 낼 수 있었다. 국내보다 훨씬 느리고 지난한 과정이다. 그래도 과정 자체에 즐거움도 많다. SaaS가 아니라면 해보기 어려운 접근으로 생각한다.

6. 승자독식이 아니다.

이커머스나 플랫폼 사업은 1위가 시장 대부분을 가져간다. 'Winner takes all'의 법칙이 지배하는 시장. 1위가 되지 못하면 도태다. 물론 승자독식 사업도 엄청난 매력이 있고, 그래서 투자자도 몰린다. 하지만 경쟁에서 이기기보단, 사업 과정 자체를 즐기는 편이라 나에게 승자독식 사업은 부담이다.

SaaS는 다르다. 물론 선도 업체가 시장의 큰 부분을 가져간다. 그래도 고객의 요구가 다양하고 산업별로 특화된 솔루션이 많아, 1위가 모든 걸 해결할 수 없다. 제품이 다르고 목표 시장도 다르니 심지어 어디가 1위인지도 애매한 부분도 많다. 고객 입장에서는 내 문제 잘 풀어 주는 제품이 최고다. 1위인지 뭔지는 관심도 없다.

그래서 SaaS 시장에서는 '무조건 1등이 되어야 한다'라는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 1위가 아니라도 특정 고객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면 남아 있는 기회는 여전히 많다. 결국 중요한 것은 ‘누가 1위인가’가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문제를 얼마나 잘 해결할 수 있느냐’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사업이다.

승자독식은 부담이다(…)

7. 고객과 끈끈한 그리고 장기적 관계

우리는 첫해 고객 전체와 아직도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한 고객사와 오래 일할 수 있는 것은 엄청나고 또 엄청난 장점이다.

SaaS는 제품 통해 고객과 매일 만나고 몇 년씩 관계를 이어간다. 고객은 매일 우리 제품으로 일하고, 불편을 알려준다. 우리는 고친다. 더 좋은 아이디어를 같이 논의하기도 한다. 이렇게 미운 정 고운 정이 쌓인다. 그러다 이직한 새 회사에서 도입해 주는 것도, 주변에 소개해 주는 것도 고객이다.

같은 구독모델이지만 넷플릭스와 같은 OTT와는 또 다르다. 넷플릭스는 다른 OTT와 함께 구독한다. 며칠 혹은 몇 주간 안 들어가는 경우도 많다. 반면 SaaS는 하나의 목적에 하나의 SaaS만을 사용한다. 거의 매일 사용한다. 안되면 큰일 난다. 불편하면 화난다. 고객과 자주 그리고 장기적으로 끈끈해진다.

고객 내 담당자는 바뀐다. 그래도 제품은 고객을 따라 계속 진화한다. 고객사는 물론 고객이 속한 산업군에 대한 이해도 높아진다. 그렇게 쌓인 경험은 다시 제품에 반영되고, 다음 고객사는 한 단계 개선된 제품으로 만날 수 있다. 고객과의 장기적인 관계 없이는 불가능이고, SaaS의 엄청난 장점이자 즐거움이다.

고객에게 잘하자

8. 숫자 기반 의사결정

SaaS는 숫자가 많다. SaaS Matrix로 검색해 보면 다양한 종류의 벤치마킹 숫자가 나온다. 우리가 잘하고 있는 건지 판단이 쉽다. 사용자가 매일 반복적으로 서비스를 사용하기에 누적 데이터가 많다. 전환율, 사용 빈도, 고객 획득 비용 등 모든 것이 숫자로 남는다.

물론 이커머스도 숫자가 많다. 하지만 성격은 좀 다르다. 이커머스는 주로 구매, 방문, 장바구니 등 거래 중심의 데이터를 다룬다. 매일 쓰는 SaaS에서 나오는 숫자는 거래를 넘어선다. 기능별 사용 빈도 및 행태, 잦은 오류 지점까지. 고객이 제품을 통해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고, 상호작용 하는지 보여준다.

덕분에 예측이 쉽다. "다음 달엔 얼마나 성장할까?" 같은 질문에 숫자로 답할 수 있다(그리고 좌절할 때가 많다…). 사내 논의도 숫자 중심이다. "느낌상 괜찮은 것 같아"라는 말 대신, "개선했더니 15% 증가했어"라고 말할 수 있다. 가설을 세우고, 데이터를 통해 검증한다. 논쟁에 직급도 감정도 빠진다.

고객 한 명 유치하기 위해 얼마나 들고, 그 고객이 앞으로 얼마의 매출을 만들어줄지 계산이 가능하다. 덕분에 광고가 비용이 아닌 투자가 된다. 물론 처음부터 숫자를 볼 수 있었던 것도 아니고, 지금도 부족하다. 그래도 숫자 기반의 의사결정이 가능하다는 것은 회사 문화에 긍정적이다. SaaS를 짝사랑하게 만드는 분명한 이유다.

물론 많은 경우, 숫자는 슬픔으로 끝난다(…)

지난한 SaaS 사업을 꾹 참고 추진할 수 있었던 좋았던 점을 찾아봤다. 당연히 좋은 점만 있을 리 없다. 다음에 시간이 되면 “SaaS, 이래서 지옥이다”도 한번 작성해 보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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